와일드 로봇 후기

date.
2024/10/12
예고편 보자마자 눈물 질질 짤 거 같은 확신이 들었음
내가 환장하는 영상미와 감성.. ;
바로 친구놈 끌고 영화관 직행해버렸다.
그리고 역시나.. 너무 좋았음
드림웍스의 유작이라던데 이렇게 멋진 영화를 만들 수 있는데도 인생 참 쉽지 않구나
그럼에도 이런 작품을 남겨주었다는 게 정말 감사할 따름
그러고보면 나는 이런 영화들을 참 좋아하는 거 같은데
어떤 부분들이 좋았는지를 돌이켜보자
1.
현실 세계에서는 볼 수 없는 애니메이션만이 그려낼 수 있는 아름다움.
이런 순간을 직접 볼 수 있다면, 금방 죽는데도 행복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보는 것만으로 가슴 벅차고, 따뜻해지는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
애니메이션만큼 근본적인 아름다움을 건드릴 수 있는 장르는 없지 않을까?
비현실이니까 제약 없이 그것에만 집중할 수 있는 치트키를 들고 시작하는 셈
나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누군가 그려낸 이 말도 안되는 아름다움에 푹 빠지는 그 잠깐의 시간을 위해
애니메이션 영화를 찾게 되지는지도 모르겠다.
2:22부터 ~
와일드 로봇에서는 둘이 함께 비행 연습을 하는 장면이랑, 결국 혼자서도 날 수 있게 되는 과정을 담은 시간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2.
성장. 그 뒤에 주목하다.
주인공 로즈는 그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존재하고, 감정을 느끼지 못하도록 설계된 기계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점차 인간의 감정을 느끼게 되면서, 인격적인 성장을 하게 된다.
여기까지는 흔한 클리셰지만, 이 영화에서 로즈가 특별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1.
약하게 태어난 아기 기러기의 엄마
2.
자연적 존재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만드는 수호자
실제로도 영화는
연약한 아기 기러기가 성공적으로 철새로서 이동할 수 있기까지 수영과 생존을 가르치는 1막과
외세의 세력과 자연적 재난으로부터 숲을 지키며 공동체를 만들고 지키는 2막으로 진행된다.
느꼈겠지만, 내가 매료된 부분은 엄마로서의 로즈인데
연약한 아기 기러기 ‘브라이트 빌’은 언젠가는 혼자서 날아야 하는 냉혹한 현실에 태어났다.
그리고 그런 부족한 존재를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존재는 없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다르지 않다.
우리는 남들보다 어떤 부분은 부족하고, 연약한 존재였다. 우리가 어느새 어른이 되었더라도 말이다.
우리는 이렇게 혼자서도 밥은 먹고 사는 존재로 성장했지만, 그 이전에 이렇게 강하게 키워준 존재가 있었다.
무슨 일이 생겼을 때, 그래도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생각도 누군가가 알려주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철새 이동을 떠난 ‘브라이트 빌’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로즈처럼 외로울지도 모른다.
끝내 성장한 ‘브라이트 빌’은 자신의 성장에 뿌듯해하지만 정작 당연하다고 느끼던
로즈에 대한 감사와 사랑은 늦게 깨닫고 마는 점이 누군가와 많이 닮아있었다.
비행하는 장면이랑, 마지막 로즈가 손바닥의 브라이트 빌을 보고 추억을 회상하는 장면은
정말 잊고 싶지 않을만큼 감동적이었다.
우리는 너무 당연하다고 느끼는 가족에 대한 사랑, 자식에 대한 헌신을 다시금 느낄 수 있게 했던 아름다운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