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감성적인 글을 쓰고 싶은데, 소재가 없다.
오키나와 후기나 작성해보자.
5일간 정말 행복했다.
뭐가 좋았다, 뭐가 맛있었다, 뭔가 했고 봤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 아니라 그냥.. 행복했다.
참 웃긴 게 내가 이렇게 행복할 줄 나도 몰랐다.
일본 가기 3일 전? 까지만 해도 그렇게 행복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굳이 가야하나?’ ‘돈도 이미 많이 써버렸는데 이제 여행 가서 더 쓰겠네, 어떡하지?’
오히려 내가 기대한만큼의 행복을 느끼지 못할까봐 걱정했다.
가서 뭘할지도 딱히 안 떠오르고,, 내가 이전만큼 일본에 대한 동경이 없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근데 내가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출국 심사를 하고, 점점 일본에 가까워지면서야 실감이 났다.
구글 맵으로 일본 지도를 보고, 호텔을 예약하고, 당황하고, 물어보고 얼렁뚱땅 어떻게 잘 되어가는 ㅋㅋ 이 경험을 원했던 거구나.
실수도 하고, 굉장하다고 자뻑도 하고, 분위기에 취하고 나는 이걸 하고 싶었구나.
이런 걸 잊고 지냈던 나에게 이걸 알려주고 싶었구나.
새롭게 느낀 것들도 있었다.
우선, 돈을 아끼다 놓치는 행복도 많을 것이라는 것. 이건 3일차에 리조트 호텔에 가면서 크게 깨달은 점인데, 사실 한국이었으면 그런 호텔도 안 잡았을거고, 택시도 안 탔을거다. 근데 그런 호텔에 간 덕분에 우선 내 시야가 많이 넓어졌고, 더 멋진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택시비라도 아끼려고 했다면 그렇게 예쁜 노을과 새소리를 놓쳤을 것이다. 돈 관리라는 게 무조건 아끼기만 할 때는 솔직히 어렵지 않았는데, 요새 나를 위한 소비를 많이 하다보니, 어디까지가 현명한 소비인지 알기가 참 힘들다. 하지만 아직까지 내가 한 소비에 대해서 후회가 드는 것은 없다. (정말 놀랍게도) 근데 이런 후회가 안 드는 것도 사실 지금까지 모아둔 돈이 훨씬 많기 때문에 있는 안정감으로부터 비롯된 것일수도 있다. 이런 걸 생각하면 돈을 일단 모아두어야 할 수 있는 게 많아진다는 것은 진리인 듯 하다. 어쨌든 모아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쓰는 것도 중요하다. 빈털터리가 되어봐야 정신을 차리려나.
두번째, 좀 더 웃는 얼굴로 살 수는 없을까. 이건 문득 깨달은건데, 일본에서의 내 모습과 한국에서의 내 모습은 정말 많이 다르다. 훨씬 밝고, 친절해진다고 해야하나. 목소리 톤도 엄청 높게 바뀐다.. 왜 이렇게 바뀌는건지 모르겠는데 왜일까? 어느 쪽이 진짜 나인지 잘 모르겠다. 마음이 평온해져서 그런건가. 외국인의 입장이 되어서 그런건가. 사실 바뀐건 환경뿐인데 자연스럽게 내 모습이 바뀐다는건 내가 마음먹기에 따라 지금 환경에서도 충분히 어떠한 모습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한 30% 정도는 밝게 올리면 좋을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을 해봤다.
셋째, 여행 계획 필요없다는 것. 정말 계획 하나 없이, 숙소도 전혀 예약 안하고 갔지만 진짜 재밌게 지냈다. 실패하더라도 결국 그것도 스토리가 된다. 여러 명이서 같이 가는 여행이라면 어느 정도의 계획이 필요하겠지만, 나는 정말 끼니를 굶어도, 잠을 안 자도 재미만 있으면 되는 타입이라 이런 무지성 여행에 최적화되어 있는 타입인 것 같다. 그리고, 러닝을 하든 자전거를 타든 수영을 하든 뭔가 직접 몸으로 내던지는 걸 하나씩은 넣어줘야하는 것 같다. 솔직히 이런 여행을 같이 하기는 힘들겠지, 그래서 앞으로도 혼자서 여행을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나랑 너무 잘 맞아서 이런 무지성 스타일이 좋고, 심지어 그 안의 취향까지 맞다면 너무 좋겠지만, 그럴 사람이 얼마나 될까.